잊고 지낸 나를 다시 만나다.

 

64세.
퇴직 후, 다시 새로운 길을 시작했다.

파주 본사를 향해 매일 새벽 다섯 시, 집을 나섰다.
전철 두 번, GTS 한 번을 갈아타며, 왕복 세 시간의 긴 여정.
본사나 현장 인근, 작은 차 안에서 대기하는 동안, 차창 너머로 스쳐가는 세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짧게 2~3시간 업무를 마친 뒤, 지친 몸을 끌고 돌아오는 생활이 한 달을 넘겼다.

약을 먹어도 낫지 않는 감기몸살.
쉬어도 풀리지 않는 피로.
버거운 몸과 마음이 묻는다.

“나는 지금, 정말 잘 살고 있는 걸까?”


오늘, 점검 업무로 찾은 중학교 운동장.
아이들이 자유롭게 축구공을 차고, 야구공을 던지고 있었다.
그 모습은 오랜 세월 잊고 지냈던 나를 불러냈다.

구름처럼 부풀어 오른 공을 향해 전력질주하던 어린 시절.
누구보다 빠르게, 높이 뛰어 이마 한가운데로 공을 받아내던 순간.
코치의 박수, 친구들의 환호.
숨이 차오를수록, 나는 더욱 살아 있었다.

그때의 나는,
자유로웠고, 두려움이 없었고, 매일이 빛나던 시간이었다.


오늘 운동장에서 아이들을 보며 깨달았다.
나도 한때, 저렇게 자유로웠던 존재였다는 것을.

책임과 의무라는 이름으로 너무 오래 자신을 묶어두지는 않았을까.
버티는 것이 곧 사는 것이라고 착각해오지는 않았을까.

행복은 어쩌면,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내 안의 어린 나를 다시 만나는 순간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심스럽게 나에게 묻는다.

이제는 나를 위해 살아도 괜찮지 않을까.
이제는 내 몸과 마음이 원하는 방향으로 걸어가도 괜찮지 않을까.

아직 늦지 않았다.
지금부터라도,
구름을 향해 달려가던 그 소년의 손을 다시 잡아주자.

다시, 자유롭게.
다시, 생생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나답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