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원도봉산, 치유의 하루


오랜만에 도봉산 망월사를 찾았다.
익숙했던 길이었지만, 4월의 산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전날 내린 비 덕분에 계곡마다 물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졌고,
온 산은 연두빛 새잎과 꽃들로 물들어 있었다.

나는 숨을 깊게 들이쉬며 천천히 산을 올랐다.
차가운 공기가 가슴 깊은 곳까지 스며들었고,
몇 날 며칠 쌓였던 피로가 한걸음, 또 한걸음마다 조금씩 벗겨지는 듯했다.

망월사에 다다르기 전,
커다란 바위 하나가 길목에 서 있었다.
나는 그 앞에 가만히 섰다.

바위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모든 시간을 품은 채 거기 있었다.
나는 그 앞에서 숨을 고르며,
자연을, 그리고 나 자신을 온몸으로 느꼈다.

감기로 막혀 냄새조차 맡지 못하던 코가 조금씩 열리고,
잊고 있던 봄 내음이 천천히 깨어났다.
몸속 깊이 쌓였던 무거운 찌꺼기들이
물 흐르듯 사라져가는 것을 느꼈다.

내려오는 길도 서두르지 않았다.
나뭇잎 사이를 스치는 바람,
계곡 아래서 이어지는 물소리,
모든 게 나를 천천히 안아주는 듯했다.

계곡 가까이 다다르자 나는 신발을 벗고 맑은 물에 발을 담갔다.
차가운 계곡물은 한순간에 온몸을 깨웠다.
피로, 근심, 쓸쓸함 같은 것들이 발끝으로 빠져나가듯 사라졌다.

나는 고개를 들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다.
바람을 타고 새 한 마리가 힘차게 날아오르고 있었다.

"괜찮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한 속삭임이 입 밖으로 새어 나왔다.

산은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었고,
나는 그 산을 딛고, 다시 살아갈 힘을 얻었다.


[마무리 노트]

  • 자연은 말이 없지만, 가장 깊은 위로를 준다.

  • 그리고 우리는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자연 속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충분하다.